재주는 곰이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
혹시 '곰 가죽'에 대해 아십니까?
ㅡ무명 화가의 그림으로 대박 터트리기ㅡ
그림 수집을 취미로 했던 앙드레 르벨(Andre Lebel)이라는 파리의 사업가는
1904년에, 13명의 지인들과 돈을 모아
‘곰의 가죽(La Peau de L’Ours)’이라는
세계 최초의 10년 만기 아트펀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 돈으로
마티스, 피카소 등 모두가 외면하는
아방가르드 작가들 작업실을 찾아다니면서
작품을 매입합니다.
물론 돈벌이가 목적임을 당당히 밝히면서요.
당시에 비주류 화가들은 생활고에 허덕이며
겨우겨우 작품 활동을 이어가던차에
르벨에 열광합니다. 피카소도 마찬가지였군요?
피카소는 그의 초상화까지 그려주고
그가 죽을 때까지 우정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르벨은 유화 88점과 드로잉 56점을 매입후
(사서 모았으니까 곰가죽 펀드는 사모펀드? ^^)
10년 후, 1914년 3월 2일 경매에 올렸으며
판매는 역사적인 대성공으로 기록됩니다.
예컨대 1908년 1000프랑에 구입한
피카소의 ‘곡예사의 가족’은
경매를 통해 1만2650프랑에 팔렸군요
피카소 작품
Family of Saltimbanques (곡예사의 가족)
아폴리네르(시인이자 소설가)를 비롯한 일부 호의적인 비평가들은...
‘평론이 못해준 것을 경매가 대신해주었다’고 열광합니다.
피카소의 친구 비평가 살몽(Andre Salmon)은
이 날의 성공을
프랑스 왕정을 붕괴시킨 민중 혁명에 비유했군요.
이로써 야수주의, 입체주의 등
전위미술의 위상이 확고해졌으며
작품은 금값이 되었고.
화상과 컬렉터와 작가들에게는 신선한 영감을
보수적인 비평가들에게는 허탈한 쇼크를 받죠.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는데,
르벨은 수익금의 20%를
소수점 이하 두 자리까지 계산해서
작가들에게 '자발적'으로 배당해 주었군요!
이 일을 계기로,
프랑스에서는 1920년에 시각예술 작가들에 대한 ‘추급권'을 법제화 했다고...
즉, 작품을 팔 때 생기는 이익의 일정부분을, 일정기간, 작가나 그 유족에게 배당해 주는 신사적인 제도입니다.
지금은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법으로 정하고 있으며 미국도 많은 주들이 따르는 추세랍니다.
음악의 경우 '음원'이라고 명명하여 시장 생태계가 잘 조성된 편이죠?
가난했던 밀래,
자살한 고흐
행려병자로 생을 마감한 이중섭
밀래를 닮고자 기도했던 가난한 박수근...
그림이 아무리 높은 가격에 거래되어도
막상 그림 한 점 없는 화가의 유족에게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입니다...
아무런 이익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작이라는 선악과는
가난한 유족에게 커다란 유혹 덩어리죠..
그러나 추급권이 도입된다면?
세상은 ‘곰의 가죽’의 정신을 본받아야 마땅하겠죠.
타인 덕분에 이익을 얻었다면
일정 부분 그에게 사례를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정리하면,
추급권(Overtaking Right)이란...
작품이 판매된 후에
증대된 이익에 대해
그 일부를
저작자에게
분배해 주기 위한 제도입니다.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리라 봅니다.
지금 비록 무명 화가라 할지라도
느긋하게 실력을 쌓으시면
언젠간 빛을 발할 것이고
그때 충분하지 않을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위로받을 정도의 보상은
따라오리라 생각합니다~
참고했던 자료 출처
1. 더 아트 뉴스페이퍼
Mr. Jori Finkel 기고문
http://old.theartnewspaper.com/articles/The-story-of-the-original-and-greatest-art-fund/33141
2. 홍경환 / 미술과 비평
3. 김순응 / 미술 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