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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슴도치의 우아함> ㅡ 소설과 철학적 수필의 랑데뷰

 

 

이번 연휴에 차분히 만난 책 이야기 입니다.

 

우선, 죄송합니다만, 책 재목을 내맘대로 조금 바꿔서 언급하겠습니다.

<고슴도치의 엘레강스 ..... 고슴도치의 우아함>

한글 고유의 맛도 살짝 살리고 싶습니다.

<고저스 고슴도치>

그럼 시작합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무척이나 복잡다단한 철학적 사유로 뜨거워진 작가의 뇌 속에 최첨단 ultra-micro 드론을 날려보내서 이리저리 촬영한 뒤에 대형 결혼식장에 딸린 초대형 뷔페 메뉴처럼 쫘악 깔아논 '상념의 언어' 대잔치입니다.

 

소설의 기본 구조 예컨데 발단, 전개, 갈등, 위기, 절정, 대단원 이런 상투적인 절차는 고저스 고슴도치에겐 그리 중요하지않습니다.

사실 어느 페이지를 펼치고 읽더라도 철학적인 수필같은 느낌으로 문장을 읽어내려갈 수 있습니다. 마치 몇 층 누구네 결혼식장 하객으로 누가 왔던지 점심은 끝없이 펼쳐진 뷔페에서 합류하듯 페이지마다 다양한 언어의 식자재로 만들어진 온갖 메뉴가 진열되어있어서 분명 각자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조금 혼잡하고 소란스러운 단점까지도 고저스 고슴도치나 결혼식장 뷔페나 닮았군요. 사실 예식장 뷔페의 즐거움이란 먹는 재미보단 온갖 요리를 구경하면서 골라담는 재미가 더 큽니다.

 

가끔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딱 만나기도 하지요. 이를테면 얼음이 덜 녹았지만 수북히 쌓인 망고스틴, 식었지만 껍질째 삶은 뿔소라같은 메뉴에 흐믓해집니다. 고저스 고습도치속의 망고스틴은 '정물화'에 관한 얘기였습니다. 물론 저의 경우입니다.

 

자숙 뿔소라는 바로 일본 여인네들이 미닫이 문을 통해서 드나드는 동작을 총명하고 귀여운 소녀의 파란 눈을 통해서 작가가 해석한 부분에 해당됩니다.

좀더 부연 설명이 필요한가요? 슬슬 호기심이 발동한다구요?

그렇다면 귀하는 지금 낚인겁니다.

왜냐면 앞뒤 설명은 여기서 당근 안할거니까요.

영특한 작가는 이런식의 문체를 휘두르며 독자를 복잡한 토요일 예식장 인파 속에서 이리저리 끌고 다닙니다.

 

이 책에서는 한없이 변덕스러운 주인공의 해골 속에서 하얀 물거품을 이르키며 밀려오는 질풍노도를 볼 수 있습니다. 그 파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내려오는 서퍼의 모습을 아스라히 바라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큰 파도는 뷔페 매뉴처럼 끊임없이 펼쳐지고 그때마다 두 팔 활짝 펼치고 가물거리며 가까스로 중심을 놓치지 않는 서퍼의 모습을 만납니다.

 

어느집 신랑 신부가 어떤 사연을 가지고 결혼까지 골인했던지, 각자의 러브스토리는 대형 뷔패식당의 소음을 인공지능으로 쓸어담아 채에 걸러내면 얼추 10권짜리 사랑과 전쟁 옵니버스 대하소설이 나올 수 있지않을까요?

 

<고저스 고슴도치>역시 끊임없이 밀려오는 작가의 상념을 모아모아서 냉동건조 공법으로 주인공의 귀여운 해골속에 살뜰하게 저장했습니다.

우리는 수퍼에서 묵직한 통조림을 고르듯 책꽂이에서 묵직한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만납니다.

 

사족하나...

제가 궂이 언급한 뷔페식당과 통조림의 공통점 에 대해서 아시죠?

둘...

69년생 미모의 작가 뮤리엘 바르베리 (Muriel Barbery)는 작가 이전에 철학자라는 사실!

셋...

등장 인물들간의 대화가 별로 없이 의식의 흐름을 묘사한 이런 소설도 영화로 맹글었다고?

 

 

https://youtu.be/-bLq4ehVo7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