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처럼 경서와 양재천 산책을 나갔다.
요즘 아침에 관악산만 오르다 오랫만에 오후에 함께 시간이 서로 맞았다.
늘 그렇듯 양재천 인도로 내려오면 커피의 목줄을 놔준다.
산책하는 행인과 가끔 지나가는 자전거 정도는 대응할 정도로 커피도 멀리 가지않고
우리 눈길도 수시로 커피에게서 떠나지않았었다.
사고가 터졌다.
'깨갱!'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커피가 멀리 도망중!
우리 뒤에서 따라오다 어떤 나쁜놈의 해코지를 받고 반대방향으로 도망쳤다.
그 나쁜 남자가 계속 쫒는바람에 우리랑 점점 멀어졌다.
우리, 재수없던 그놈 그리고 도망치는 커피 순으로 나는 커피를 향해 달렸다.
부랴부랴 쫒아갔지만 벌써 러시아워로 차들이 붐비는 대로 한가운데까지 가벼렸다.
난 정신없이 쫒아갔지만 평소에 등산으로 단련된 커피를 따라잡는건 애시당초 불가능..
다음 버스정거장까지 쫒아가보았지만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린 뒤였다.
과천에서 가장 큰 길, 주변은 껌껌, 목줄은 길게 늘어뜨리고 정신없이 달려가버렸다.
두어달간 커피와 함께했던 수많은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 무리들의 불빛을 보며 커피의 흔적을 찾았다.
눈깜작할 순간에 도리킬 수 없는 사고를 당했다.
시간을 5분만 뒤로 되돌리고 싶었다.
커피! 제발 살아만 있어라...
두 정거장까지 대로를 뒤졌디만 교통사고의 흔적은 안보였다.
주변은 깜깜해지고 '커피!'를 외쳤지만 공허했다.
하필 핸펀도 집에 두고왔다.
지나는 행인 전화기를 빌려 집사람을 불렀다.
만나서 119에 신고를 했다.
119당직실 여직원 목소리..유기견 제보가 들어오면 연락해주겠다고 했다.
둘이 따로 정신없이 여기저기를 찾아해맸다.
전단지를 만들어 컬러인쇄해서 현장 주변에 붙일 준비를 했다.
자전거로 무작정 대로변 인도 공원 골목을 뒤졌다.
한참뒤 집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빨리와 커피 찾았어!'
꿈만 같았다.
시간을 되돌린 느낌..딱 그것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신혼부부의 산책길에 커피가 발견되었다.
과천역7번 출구쪽 엘리베이터 옆에 웅크리고 숨어있었다!
다행히 착한 새댁이 여기저기 연락하다 119에도 연락해준 덕으로 우리는 다시 만났다!!!!
지난 가을에 결혼한 예쁜 신부, 멋진 신랑이었다.
우린 롤케익 한 박스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집으로 안고돌아왔다.
한시간 반 동안 커피는 오롯이 스스로 자기 목숨을 지켰다.
몸은 다행히 괜찮아보였으나 정신적 트라우마가 심각했다.
한시간 반동안 커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무서운 주검의 터널에 같혀있었다.
이튿날도 여전히 넋나간 듯...행동이 느리고 최소한만 움직인다.
평소같았으면 우리만 보면 정신없이 달려들고 물고 핥고 왔다갔다...
오늘은 애처러울만치 우두커니 앉아있다.
옥상에 있던 커피를 실내로 대리고 내려왔다.
픽 쓰러진다.
발닦는 페드에 뉘이고 헌수건을 덮어줬다.
핫백을 올려줬다.
그렇게 까불던 녀석이 너무나 힘없이 드러누웠다.
불쌍하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살아서 다시만나서....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 고맙게 느껴질 때가 또 있을까?
하루 하루가 평범하게 흘러가는 특별한 하루 하루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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