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방방곡곡 온갖 나무들은
설 명절 추석 명절 무렵의 궁래동 톨게이트처럼..
봄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하여,
옴짝달삭 못하고 꽃봉우리만 부풀리고 있었다.
3월말과 4월초의 달력 사이에서 갖혀서
온갖 봄꽃들이 페닉상태로 출발했다.
이 현란한 봄의 절정을 맞이하여
일 주일에 딱 한 번, 그것도 세시간 남짓 이지만
내가 즐겨 찾아가서 그림을 배우는 가원미술관에서,
기억에 남을 전시회가 어제 토요일 오후에 열렸다.
박돈 화백의 그림생활 70년 회고전!
더구나 가원미술관 이용 관장님의 중고교 시절 은사님이라고 하셨다.
관장님의 예술운명의 이정표같은 분인가보다.
간단한 전시회 오프닝 세리머니가 열리고
관장님 사모님을 중심으로 가족들이 준비하여주신
정갈한 음식과 음료를 함께하며
박돈 화백을 가까이서 뵙고 대화를 나누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는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정도의 건강을 지키고있는
현역 작가였다.
거장들의 화풍에 대하여 감히 논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박수근 김환기의 작품과 맥을 같이하는 그런 느낌...
얼마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한국근현대를 대표하는100개의 걸작을 감상했다.
종료 몇 일 전에 한 번 더 가봤었다.
박수근과 김환기의 작품 속에서
유화의 또 다른 세계를 보았었는데,
박돈 화백의 작품을 마주하면서 그 느낌을 다시 받았다.
대략 50년대~70년대 전후 작품,
특히 하얀 탑과 비둘기가 자주 등장하는
그의 작품들을 대면하면
토속적인 질감이 눈으로도 충분히 전해져왔다.
이것을 흔히 '기름기를 뺀 유화의 독특한 기법'이라고들 말한다.
난 깨끗하고 투명한 수채화를 좋아하지만
토기같은 또는 돌벽화같은 이런 유화작품 앞에서는
생각이 바뀐다.
2000년대로 넘어오자
그의 작품세계는 도리어 말끔하게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매연과 흙먼지에 신음하던 공원의 석탑이
119소방차로부터 힘찬 물줄기 세례를 받고
물방울을 뚝뚝 떨치며 햇살 아래에서 다시 빛나듯,
석탑의 틈틈에서 세월의 자취가 더욱 빛나듯
그의 작품 속에서는
삼국시대 벽화의 한 장면같은 신화가 아스라히 펼쳐지고,
조상들의 달 항아리 속의 희미한 그림이 새롭게 태어나고
석류, 오리 닭 또는 말과 같은 정겨운 초식동물의 눈동자와
운무의 바다로부터 솟는 붉은 기운..
최근 작품들에서 도리어 그런 정제된 느낌을 받았다.
요즘은 왼손을 일부러 자주 사용하신다고..
오른손의 기력이 다 하면,
왼손으로라도 작품활동을 계속 하고싶기에...
나에게 몇 마디 툭툭 던지시는 그분으로부터 식지않는 예술가의 열정을 느꼈다.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야 없겠지만
수십억원어치 그림을
우리 동네에서 푸짐하게...그것도 작가와 함께 즐겨봤다.
그나저나 그분이 거꾸로 우리를 사진찍어주셨다.
그분이 찍어주신 사진을 꼭 받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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