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고참 언니들이 거쳐간 코스에 들어왔다.
왕골인지 억새풀인지 일단 볏짚으로 만든 어릴적 흔히 보던 그런 광주리(소쿠리?)는 아니다.
은근히 운치있어보인다.
새털같은 자잘한 건초 부스러기가 촘촘히 박혀있고,
규칙적인 구조처럼 보이지만 막상 규칙은 전혀 없다.
그리기 부담스러운 대상이다.
내 어설픈 눈설미는 최대한 배제하고 컴기계를 총 동원했다.
평소에도 탭을 최대한 활용하지만, 이번엔 좀 심하게 이것 저것 의존한다.
(바람직하지않지만...나의 한계를 알기에..)
보조 기구없이 맨눈으로 감칠나게 그려내는 전문가들은 우리와 뭔가 다른 뇌 구조가 있을 것 같다.
곰곰히 생각하니 대략 아래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우선 사물을 정확히 볼줄 아는 예리한 눈을 조상 누군가로부터 선물 받았겠지...
디테일을 안노치고 동시에 전체의 균형과 중심을 찾아야한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들 말하지만 화가에게 있어서 눈은 그림의 창이다.
관찰후 손으로 종이에 옮기려는 잠깐 동안, 이미지를 잊지않고 또렸히 떠올려 줄 수 있는 충분한 기억력이 그 다음으로 필요하다.
이것도 윗 대 누군가가 성능 좋은 뇌세포를 물려주셨어야 가능하다.
우리는 그 기억력에 한계가 있기에 사물을 아무리 뚤어저라 쳐다보지만,
흰 종이로 시선을 옮기는 그 짧은 순간에도 머리속은 이미 하얗게 변해버리고, 이내 절망한다.
4B연필은 흰 종이 위에서 길 잃은 나그네가 되어버린다.
그러니 그림 그리기가 부담스럽다.
컴퓨터도 이미지를 저장하려면 데이터 보다 훨씬 큰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
대부분 우리들은 선 하나 힘들게 그었다가 이내 지우기를 반복한다.
그러다보면 머리에서 쥐가 난다.
어쨌든 위 두 가지를 가졌다면 그림쟁이로써 명함은 유지할지 모르지만,
예술가의 반열에 올라서기엔 2%가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어렵게 그린 그 이미지가 통속적인 관념에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말 그대로 신의 한 수가 필요하다.
이 세 번째 조건을 만족할 경우, 그는 여러 그림쟁이들 중에서 '영감' 과 '개성' 이라는 파티복을 차려 입을줄 아는 a few good man과 같다.
그런 극소수만이 거장들의 클럽 하우스로 입장이 허락되는 것 같다.
따라서 깊은 눈, 넉넉한 기억력 그리고 신의 한 수...
이 세가지를 동시에 만족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잘나서라기보다는 다 물려받은 소질이니까 자랑하면 지는거다.
그냥 '축복받아서 감사하다' 이렇게 살아가다, 늙어서 죽어없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는 사라지더라도 그림은 남아있기에...이것이 바로 축복아닐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기 때문에.
물론 이런 사람들이 현실에서는 축복이 아닐 수 있다.
왜냐고?
반 고흐를 보면 답이 명쾌해진다.
이중섭도 마찬가지다.
화가는 유독 춥고 배고픈 현실이라는 높은 파도속을 해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켄버스라는 일엽편주에 몸을 맡기고, 붓이라는 노를 저어가며...
얼어버린 미술 시장이라는 추운 바다를 항해해야한다.
미술가들이여 부디 살아서 항구로 돌아오라!
이왕이면 재능을 물려주신 조상님들 산소만한 참다랑어같은 걸작을 배에 매달고, 흰 돗대 펄럭이며...
'그림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진과 그림의 커밍아웃 (0) | 2014.03.20 |
|---|---|
| Ducati Monster (0) | 2014.02.28 |
| '머신'이라는 것 (0) | 2014.02.14 |
| 눈 내리는 밤에 (0) | 2014.01.21 |
| Caveman 과 동굴벽화 (0) | 2014.01.15 |